“잘됐네. 둘이 자매에요? 손님이 요금을 안주셔가지고…….”
“죄송해요. 얼마죠?”
차희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건네주곤 차연을 부축해 집으로 향했다.
“언니야 무슨 일 있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차희야 차희야 우리 차희야.”
끙끙거리며 집에 도착한 차희는 차연을 침대에 눕히곤 이마에 땀을 훔쳐냈다. 여간해선 술을 마시지 않는 언니가 술에 취해서 들어오니 뭔가 이상했다.
“남자친구랑 깨졌나? 아침에 물어보면 되겠지 뭐”
차희는 차연의 옷을 벗겨주고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준 다음 방을 나섰다.
겨우 눈을 뜬 차연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팠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말랐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서 거실로 향하는데 아직도 몸이 휘청거렸다. 입은 아직도 술맛으로 가득했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정신없이 들이켜는데 차희가 외출을 했다 돌아왔다.
“언니 일어났어? 약이랑 언니 좋아하는 순댓국이랑 사왔어.”
“후……. 나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어?”
차희는 냄비를 꺼내 순댓국을 끓일 준비를 하며 말했다.
“기억 하나도 안나? 언니 골목에서 택시기사랑 싸우고 있는 거 내가 데리고 들어왔잖아.”
“택시기사랑 싸워? 내가? 진짜? 아휴 미친년. 논현동에서 지연이랑 아…….수진인가? 기억이 안 난다.”
머리를 부여잡고 방으로 향하는 차연을 보며 차희는 피식 웃었다. 다시 침대에 누운 차연은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야 너 또 엄마한테 이르면 안 돼.”
“언니 하는 거 봐서.”
차연은 휴대폰 통화목록부터 살폈다. 다행이 어제 미팅했던 출판사 담당자 번호가 마지막이었다. 문자메시지를 하나하나 체크하니 광고만 열통이 넘게 와있었다. 문자를 하나씩 지우는데 어제 만났던 담당자가 남긴 문자가 있었다. 그제야 차연은 어제 있었던 일들이 기억이 났다.
‘이차연씨. 저 박용희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저희 차연씨 글이 꼭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녀가 두 번째로 출간했던 소설의 계약기간이 다음 달이면 종료가 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계약을 하자고 접촉을 종종해왔다. 어제 만났던 담당자도 그 관련 미팅을 진행했던 사람이었다.
인세도 계약조건도 괜찮았다. 하지만 미팅도중에 담당자가 성적인 농담을 해왔다. 사실 가볍게 장난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긴 했지만, 작가로써의 자존심을 깨는 행위라고 느꼈다. 두 번째 작품 이후로 딱히 흥행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담당자의 농담이 더 자극적이었다.
‘요즘 여자작가들 출판하려고 편집장들이랑 잠자리 많이 한다던데 차연씨는 그런 거 없으시죠? 농담입니다. 농담.’
“언니야 순댓국 다 끓었어. 얼른 밥 먹고 약 먹어. 나는 작업실 나가봐야해.”
멍하니 어제 일들을 생각하고 있던 차연은 차희의 부름에 머리를 흔들었다.
“응. 알았어. 고마워.”
차희는 상을 차려놓고 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인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이었다.
“나 오늘 조금 늦을 거야. 다음 주에 갤러리편집장님 뵙기로 해서 준비할게 많아. 전화할게.”
“응 다녀와.”
차연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순댓국 국물을 떠먹었다. 이미 차희가 새우젓이고 양념장이고 그녀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춰놓은 상태였다. 순댓국을 먹고 약을 챙겨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딱히 급한 일도 없었고 아직 술도 들깨서 잠이나 더 잘 요량이었다.
막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어제 사고 친 담당잔가 싶어서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들었는데 모르는 번호였다.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차연입니다.”
“술 좀 깼어요?”
차분하고 부드러운 남자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남자는 그녀를 아주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예? 누구세요?”
“아하 기억 못하시는구나. 저 송지우입니다. 어제 논현동에서 제 차에 구토하시고 핸드백으로 긁으셨는데.”
“.......”
지우의 말에 차연은 순간 멍해졌다. 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듯했다.